PS5 가격이 계속 오르는 진짜 이유 - AI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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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된 콘솔이 더 비싸진다는 게 말이 되나

지난주에 PS5 가격을 확인하다가 잠깐 멈칫했습니다. 몇 달 전보다 또 올라 있더라고요. 그것도 소폭이 아니라 제법 의미 있는 수준으로요.

원래 콘솔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게 정상입니다. 제조 공정이 최적화되고, 초기 개발·설비 투자비를 어느 정도 회수하고 나면, 더 많은 사람에게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죠. 콘솔 장사 자체가 기기는 싸게 깔고 게임·구독으로 회수하는 구조잖아요. 그런데 PS5는 출시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방향이 거꾸로 흐른다는 건, 어딘가 정상적인 가격 곡선을 누르는 외부 압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상해서 좀 파보니, 생각보다 여러 층위가 얽혀 있더라고요.

핵심은 반도체, 그리고 AI의 등장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반도체 수급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AI 붐이 끌어올린 고성능 칩 수요죠.

PS5의 핵심 부품인 AMD Oberon 칩은 TSMC에서 만듭니다. 게임 처리, 그래픽 렌더링, 로딩 속도까지 콘솔의 성능 전체를 좌우하는 두뇌예요. 그런데 문제는, TSMC가 PS5만 찍어내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파운드리 라인에서 아이폰도, 맥북도, 그래픽카드도 나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여기에 AI 서버용 칩 주문이 폭발적으로 붙었습니다.

2023년 ChatGPT 열풍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 있거든요. 이들이 거는 칩 주문 규모는 분기당 수십억 달러 단위입니다. PS5 같은 소비자 제품 물량과는 단위 자체가 다른 싸움이에요.

반도체 파운드리의 현실

여기서 핵심은 파운드리의 생산 캐파가 고정된 자원이라는 점입니다. TSMC라고 해서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새 팹(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시간과 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듭니다.

  • 건설비용: 팹 하나당 150~200억 달러
  • 건설기간: 3~4년
  • 양산까지: 추가 1~2년

그러니까 지금 당장 착공해도 실제 생산량이 늘어나는 건 한참 뒤의 일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속도가 구조적으로 느려요.

이건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해 본 입장에서 보면 익숙한 그림입니다. 물리 자원에는 항상 상한선이 있고, 그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먼저 배분할지는 결국 우선순위 싸움으로 갑니다. 같은 노드 위에서도 SLA 높은 워크로드가 자원을 먼저 가져가잖아요. 파운드리도 똑같습니다. 돈을 더 내고, 더 많이 사는 고객이 줄 앞에 섭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칩의 단가와 PS5 한 대에 들어가는 칩 단가를 나란히 놓으면, 누가 우선순위를 가질지는 굳이 계산할 필요도 없어요. 소니 입장에서는 좀 서글픈 구조죠.

엔화 약세라는 추가 변수

반도체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예요.

소니는 일본 기업이고, 주요 비용은 엔화로 나가지만 매출은 전 세계 여러 통화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엔화가 달러 대비 상당히 약세로 흘렀어요.

연도 USD/JPY 평균 환율
2021 109엔
2023 140엔
2026 148엔 (현재)

엔화로는 동일한 제조비용을 그대로 지불하는데, 달러나 유로로 받는 매출의 실질 가치는 줄어든 셈입니다. 환율 한 줄이 마진을 깎아먹는 거죠. 이 손실을 메우려면 각국 현지 가격을 올리는 것 말고는 마땅한 카드가 없습니다.

반도체 수급이 원가를 밀어 올리고, 환율이 마진을 깎고. 두 압력이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면 가격은 결국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AI가 바꾼 반도체 생태계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면, AI는 단순히 수요를 늘린 게 아니라 수요의 성격 자체를 바꿔놨습니다.

2022년 이전까지 반도체 수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어요. 스마트폰, 노트북, 게임 콘솔 수요는 계절성이 있고, 큰 틀에서 그림이 그려졌거든요. 파운드리도 그 리듬에 맞춰 캐파를 배분했고요.

그런데 AI가 끼어들면서 예측이 안 되는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1. 급작스러운 수요 폭증: ChatGPT가 터지자마자 거의 모든 기업이 AI 경쟁에 뛰어들었어요
  2. 끝나지 않는 투자: AI 인프라는 한 번 깔고 끝이 아니라 계속 확장해야 합니다
  3. 높은 공정 사양: AI 학습·추론용 칩은 최신 공정이 사실상 필수예요

세 번째가 특히 뼈아픕니다. AI 칩과 콘솔 칩이 같은 최신 공정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라서요. 결국 소니 같은 기업이 기존에 확보하던 캐파의 상당 부분이 AI 쪽으로 빨려 들어간 상황입니다. 줄을 서 있던 사람 앞으로 단가 높은 손님이 끼어든 셈이죠.

당분간은 현 상황이 지속될 듯

단기간에 풀릴 문제로는 안 보입니다.

새 팹들이 완공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AI 투자 규모도 같이 커지고 있거든요.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AI 수요도 늘어나면, 증가분이 그대로 AI 쪽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이 같이 올라가는 한, 콘솔에 돌아올 여유분은 좀처럼 생기지 않아요.

소니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이면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한, 가격 인하 압력은 약할 수밖에 없죠.

그나마 기대해 볼 만한 건 이 정도예요.

  1. 연말 번들 딜: 게임이나 액세서리를 묶은 패키지 할인
  2. PS5 Pro 출시 효과: 상위 모델이 나오면서 기존 모델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
  3. 2027년 이후: 새 팹 가동으로 공급에 약간의 여유가 생길 가능성

마치며

PS5 가격이 오르는 건 소니 혼자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AI 시대로 넘어가면서 반도체라는 공유 자원의 배분 규칙이 통째로 바뀌었고, 콘솔은 그 큰 흐름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쪽일 뿐이에요.

결국 기술 발전 속도가 하드웨어 공급망의 적응 속도를 앞질러버린 겁니다. 새 수요는 분기 단위로 튀어 오르는데, 그걸 받아낼 팹은 3~4년 단위로 움직이니까요. 이 시차가 좁혀지기 전까지는 콘솔 같은 소비자 제품이 가격 압력을 떠안는 구조가 이어질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가격 곡선이 아니라 공급망의 사정을 읽고 세일 타이밍을 기다리는 정도겠네요. 적어도 "4년 됐는데 왜 더 비싸지?"라는 의문에는 이제 답이 좀 보입니다.

#PS5#반도체#AI#TSMC#게임콘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