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E라는 직군을 보면서 생각한 AI 시대의 엔지니어

|Career & Strategy|8분 읽기

최근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직군을 알게 됐습니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역할을 찾아보니 의외로 익숙했습니다.

FDE는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을 선택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서비스나 업무에 적용하는 엔지니어에 가깝습니다.

개발자, 아키텍트, 컨설턴트의 경계에 걸쳐 있는 직군입니다.

특히 AI 기업들이 FDE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AI를 도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기술 자체가 가장 어려운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LLM을 가져왔다고 바로 업무가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기업 환경에는 기존 시스템, 데이터, API, 인증, 보안, 네트워크, 업무 프로세스가 이미 존재합니다.

그래서,

AI → 데이터 → 기존 시스템 → 업무 프로세스 → 사용자

를 연결해야 합니다.

PoC에서는 잘 돌아가던 기술이 실제 기업 환경에 들어가면 어려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 하나를 잘 아는 것과 여러 시스템 사이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개발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주어진 요구사항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중요합니다.

경험이 쌓이면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 API를 어떻게 만들까?"보다 "왜 이 API가 필요한가?"

"Kubernetes를 도입할까?"보다 "이 조직에 Kubernetes가 정말 필요한가?"

"AI를 어디에 적용할까?"보다 "현재 업무에서 사람이 반복하고 있는 판단은 무엇인가?"

구현 이전에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 중요해집니다.

FDE의 특징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이 요청한 기능을 그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 직접 적용하는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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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언어와 기술 언어 사이

현업에서는 보통 기술적인 형태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업무가 너무 오래 걸립니다."

"사람이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장애가 나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의 문제인지, 데이터 구조의 문제인지, API의 문제인지, 관측성의 문제인지, 인프라의 문제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변환 과정이 필요합니다.

Business Problem → System Problem → Technical Solution → Working System

이 과정 전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FDE는 일반적인 개발 직무와 조금 다릅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이런 역할이 늘어날 수 있다

생성형 AI로 구현 비용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기술도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합니다.

그렇다면 엔지니어의 가치가 사라지는 걸까요?

오히려 가치가 이동한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How to build의 비용이 낮아질수록 What to build와 Why to build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하고 여러 기술을 조합하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서 운영 가능한 상태까지 만드는 능력입니다.

AI가 코드를 잘 만들수록 이런 판단 능력의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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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스택보다 한 단계 위의 능력

Java, Python, Kubernetes, Cloud, LLM처럼 개별 기술을 깊게 아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특정 기술을 안다는 것만으로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기술이 바뀌어도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능력입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을 선택하고,

각 기술의 경계를 설계하고,

실제 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FDE라는 직군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모든 개발자가 FDE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기술 전문성이 깊은 엔지니어도 계속 필요합니다.

다만 AI가 구현의 많은 부분을 보조한다면, 기술 하나를 잘 사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여러 기술과 현실의 문제를 연결할 수 있는 엔지니어의 가치가 커질 가능성은 높습니다.

FDE라는 이름은 생소했지만 역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직군이 등장했다기보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문제 해결형 엔지니어의 역할이 AI 시대에 하나의 직군으로 더 명확하게 정의되고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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