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왜 다른가 — 기술력·매출·전망이 다 좋은데 사면 손실이 나는 이유

|Notes|17분 읽기
연재IT 엔지니어의 눈으로 주식시장을 보다
  1. 1.주가는 왜 실적보다 먼저 움직이는가 — 주식시장은 미래를 캐싱한다
  2. 2.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왜 다른가 — 기술력·매출·전망이 다 좋은데 사면 손실이 나는 이유현재 글

주식을 처음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회사를 찾게 됩니다. 기술력이 좋은 회사, 매출이 성장하는 회사, 시장이 커지는 회사, 경쟁력이 강한 회사, 앞으로도 잘될 것 같은 회사. 논리적으로 완벽해 보입니다. 좋은 회사를 찾아서 주식을 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회사는 실제로 성장했고 매출도 이익도 늘었으며 산업 전망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떨어집니다. 반대로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던 회사의 주가는 몇 배씩 오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핵심은 간단합니다.

좋은 회사를 고르는 일과 좋은 가격에 그 주식을 사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1. 회사와 주식은 같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분리해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와 주식의 가격입니다. 기업은 실제 사업을 합니다.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만들어 이익을 냅니다. 반면 주식은 그 기업의 일부를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래서 투자에는 항상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합니다.

① 이 회사는 좋은 회사인가? ② 그런데 지금 가격에 사도 좋은가?

많은 투자자가 첫 번째 질문은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을 빼먹습니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2. 아무리 좋은 물건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좋은 구매가 아니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아파트가 있습니다. 입지가 좋습니다. 역세권입니다. 학군도 좋습니다. 신축이고 주변 개발 계획까지 있습니다. 누가 봐도 좋은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제대로 거래되면 10억 원인데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정말 좋은 아파트니까 30억 원에 사세요."

좋은 아파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30억 원에 사도 좋은 투자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주식도 같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얼마에 사느냐가 붙어야 비로소 투자가 됩니다.

3. 주가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기대까지 먹고 움직인다

주식이 조금 어려워지는 건 여기부터입니다. 주가는 단순히 현재 실적만 반영하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AI 기업의 현재 이익이 100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야." "이 회사 매출은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할 거야." "업계 1등이 될 수도 있어."

그러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회사가 다음 해에 실제로 잘해서 이익이 100에서 130으로 증가했습니다. 무려 30% 성장입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이미 160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회사는 잘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떨어집니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실적인 것은 맞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은데?"

그래서 주식시장에는 묘한 현상이 존재합니다. 좋은 뉴스가 나왔는데 주가가 떨어지고 나쁜 뉴스가 나왔는데 주가가 오릅니다. 주가는 뉴스가 절대적으로 좋으냐 나쁘냐만 보지 않고 기존 가격에 어느 정도까지 기대가 들어가 있었는지를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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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주식에는 세 개의 숫자가 있다

저는 주식을 볼 때 세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고 봅니다.

실제 가치

회사가 지금 갖춘 사업 경쟁력과 수익창출 능력입니다.

기대 가치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상하는가입니다.

시장 가격

그 실제 가치와 기대를 사람들이 얼마에 거래하고 있는가입니다. 단순화하면 이런 구조입니다.

좋은 기업 + 낮은 기대 + 싼 가격 = 좋은 투자 후보

반면,

좋은 기업 + 엄청난 기대 + 지나치게 비싼 가격 = 위험한 투자

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가 더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기업 + 매우 낮은 기대 + 지나치게 싼 가격

이라면 오히려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단순한 좋은 회사 찾기 게임이 아닙니다. 현실과 기대와 가격의 차이를 찾는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5. PER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이유

이 대목에서 PER 같은 지표를 씁니다. 많은 사람이 PER을 숫자로 외웁니다.

PER 10이면 싸다. PER 50이면 비싸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면 위험합니다. PER의 본질은 훨씬 단순합니다. "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나는 지금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매년 1억 원을 버는 가게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A가 이 가게를 5억 원에 사겠다고 합니다. B는 10억 원을 제시합니다. C는 미래에 엄청 성장할 거라며 50억 원을 제시합니다. 같은 가게인데 투자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투자에서는 무엇을 사느냐만 물어서는 부족합니다. 무엇을 얼마에 사느냐까지 물어야 답이 나옵니다.

6.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오히려 빠질 수 있는 함정

이 문제는 기술주 투자에서 특히 재미있습니다.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은 좋은 기술을 남들보다 빨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AI, 반도체, 클라우드, 로봇, 자율주행 같은 분야를 보면

"이 기술은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

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 판단 자체는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가 빠집니다.

그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과 현재 그 회사의 주식을 사서 돈을 버는 일은 같은 명제가 아닙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것도 사실이고, 클라우드가 IT 인프라의 구조를 바꾼 것도 사실입니다. AI가 산업 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 역시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그 산업에 참여했던 모든 회사의 주주가 돈을 번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방향을 맞히는 일, 승자를 맞히는 일, 그 승자를 적절한 가격에 사는 것은 각각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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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T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더 쉽다

저는 이 문제를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Backend라고 해보겠습니다. 매출, 영업이익, 기술력, 시장점유율, 현금흐름 같은 실제 사업입니다.

시장 기대는 Application Layer와 비슷합니다.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률과 산업 전망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값이 있습니다. 주가입니다.

즉,

기업의 실제 성과
      ↓
미래 성장 기대
      ↓
시장 참여자의 해석
      ↓
수급과 심리
      ↓
현재 주가

Backend가 정상이라고 해서 화면에 표시되는 가격이 항상 합리적이지는 않습니다. 시스템 중간에 기대라는 거대한 레이어가 하나 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8.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그 회사가 좋다는 것을 알 때다

좋은 기업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나만 알고 있을까요? 아마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널리스트도 알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도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도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도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올라옵니다. 뉴스에도 계속 등장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말합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엄청 성장할 겁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이제 이것입니다.

그 좋은 미래가 이미 주가에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

주식시장은 공개된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려고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투자에서 정말 어려운 대목은 좋은 회사를 찾아내는 일이 아닙니다. 시장보다 조금 다르게 판단하면서 그 판단까지 맞아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9. 투자에서 틀릴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 투자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내 분석은 이렇습니다.

AI 시장은 성장한다. 이 회사 기술력이 좋다. 매출도 증가한다. 영업이익도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전부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투자에서는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이 그보다 더 높은 성장을 가격에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산업 전망도 맞았고 기업 분석도 맞았는데 가격 판단에서 틀렸습니다.

투자에서는 이 세 가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판단 질문
산업 이 시장은 성장하는가?
기업 이 회사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가격 그 성공 가능성을 감안해도 지금 싸게 살 수 있는가?

앞의 두 개를 맞히고 마지막 하나만 틀려도 투자 수익률은 나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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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래서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다르다

좋은 회사에는 대개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매출이 성장하고 현금흐름이 좋고 경쟁우위도 있으며 앞으로 산업 전망도 좋습니다. 하지만 좋은 주식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됩니다.

그 좋은 점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가?

정리하면 좋은 회사 ≠ 좋은 주식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주식 = 좋은 기업 × 적절한 가격 × 기대와 현실의 차이

라고 보면 됩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사람들이 완벽한 미래를 기대하며 너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면 작은 실망에도 가격은 크게 흔들립니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낮다면 조금만 좋아져도 가격은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주식은 '좋은 것을 찾는 게임'만이 아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봅니다. 자동차를 살 때도 가격을 보고, 집을 살 때도 가격을 봅니다. 회사를 인수할 때는 더 철저하게 가격을 계산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주식에서는 "좋은 회사니까 산다"라는 말이 쉽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주식 역시 결국 기업의 일부를 사는 행위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언제나 같아야 합니다.

"좋은 회사인가?"에서 끝내지 말고, "그래서 지금 이 가격에도 좋은 투자인가?"까지 물어야 한다.

기업을 분석하는 능력과 투자하는 능력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를 보는 사람은 미래를 봅니다. 투자자는 미래와 함께 가격까지 봅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는 그 마지막 한 단어, '가격'이 맞는 분석을 틀린 투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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