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에 산 집이 15억이 됐다. 정말 5억 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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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벌었다는 말은 어디서부터 어긋나는가

집들이 자리에서 흔히 듣는 계산법이 있습니다. "10억에 샀는데 지금 15억이래. 5억 벌었네." 듣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 사람도 정말 그렇게 믿습니다.

저는 직업병이 있습니다. 인프라 일을 오래 하면 생기는 병인데, 어떤 숫자를 보면 그 뒤에 붙어 있는 비용부터 찾습니다. 서버를 도입가로 계산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전기요금, 상면비, 운영 인건비, 폐기 비용까지 합친 총소유비용, TCO로 계산합니다. 도입가만 보고 클라우드 이전을 결정했다가 3년 뒤 청구서 앞에서 조용해지는 회사를 여러 번 봤습니다.

집도 자산입니다. 그런데 유독 집만은 다들 도입가와 매도가만 비교합니다. 그 사이 10년의 비용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래서 계산해봤습니다. 조건은 최대한 흔한 사례로 잡았습니다.

  • 매수가 10억, 자기자본 4억 + 주택담보대출 6억
  • 대출 조건: 30년 원리금균등, 연 4%
  • 10년 실거주 후 15억에 매도, 1가구 1주택

숫자로 하나씩 빼보기

살 때 나간 돈부터 보겠습니다. 취득세가 10억 구간이면 지방교육세 포함 3.3%, 3,300만 원입니다. 중개보수 협의해서 500만, 법무비·채권할인 등 잡비 300만. 문 열고 들어가는 데만 약 4,100만 원이 붙습니다.

보유하는 10년, 여기가 이 계산의 몸통입니다.

6억을 30년 원리금균등 연 4%로 빌리면 월 상환액이 약 286만 원입니다. 10년이면 120회, 총 3억 4,400만 원을 은행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원금 상환은 1억 2,700만 원뿐입니다. 나머지 2억 1,600만 원이 이자입니다. 원리금균등의 구조상 초반 10년은 이자 비중이 높은 구간이라 그렇습니다. 매달 갚았는데 잔액은 아직 4억 7,300만 원 남아 있습니다.

재산세는 공시가격 따라 다르지만, 이 가격대면 보유세로 10년간 약 3,000만 원 정도가 나갑니다.

팔 때 나가는 돈입니다. 15억 매도면 중개보수 약 1,000만 원. 양도세는 1가구 1주택 12억까지 비과세이고, 초과분만 과세됩니다. 차익 5억 중 과세 대상은 5억 × (3억/15억) = 1억. 10년 보유·거주로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으면 과세표준이 확 줄어서 지방소득세까지 약 150만 원 수준입니다. 여기는 생각보다 얌전합니다. 단, 거주 요건을 채웠을 때 얘기입니다.

합산해보겠습니다.

항목 금액
명목 차익 (15억 − 10억) +5억
취득 비용 (취득세·중개·법무) −4,100만
대출이자 10년 누적 −2억 1,600만
보유세 10년 −3,000만
매도 비용 (중개보수) −1,000만
양도세 (거주 요건 충족 시) −150만
실제 남는 돈 약 2억

5억이 2억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 단계 남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 기회비용이라는 숨은 항목

자기자본 4억은 10년간 이 집에 묶여 있었습니다. 이 돈을 연 3% 예금에만 넣어놨어도 세후 약 1억 2,000만 원의 이자가 붙습니다. 위험 없이 받을 수 있었던 돈입니다.

실질 초과수익 = 2억 − 1억 2,000만 = 약 8,000만 원.

10년입니다. 4억을 넣고, 매달 286만 원씩 갚고, 10년을 기다려서 얻은 초과수익이 8,000만 원. 연으로 나누면 800만 원. 물론 그 집에 살았으니 주거비를 아낀 가치가 있고, 그건 실제로 큽니다. 다만 "5억 벌었다"와 "연 800만 원 초과수익에 주거 해결"은 완전히 다른 문장입니다.

물가는 더 조용히 일합니다. 연 2.5% 인플레이션이면 10년 뒤 15억의 실질 가치는 지금 돈으로 약 11억 7,000만 원입니다. 명목으로 5억이 뛴 것 중 상당 부분은 돈의 가치가 내려간 것이지 집의 가치가 올라간 게 아닙니다.

시스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매매가는 대시보드에 크게 띄워놓은 지표 하나일 뿐이고, 이자·세금·기회비용·인플레이션은 로그에만 찍히는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입니다. 대시보드만 보면 시스템이 건강해 보입니다. 로그를 열어봐야 리소스가 어디로 새는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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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흔드는 변수 세 개

금리부터 보겠습니다. 연 4%가 5%였다면 10년 이자는 2억 1,600만에서 약 2억 7,500만으로 뜁니다. 6,000만 원 차이. 반대로 3%였다면 1억 6,000만 수준까지 내려옵니다. 금리 1%p가 이 계산에서 5,000만~6,000만 원짜리 변수입니다. 계산 안 해본 사람에게 금리 1%p는 그냥 숫자 하나지만, 계산해본 사람에게는 중형차 두 대입니다.

거주 요건이 그다음입니다. 위 계산은 10년 실거주 기준입니다. 거주 없이 보유만 했다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절반으로 줄고, 취득 시점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12억 비과세 자체가 날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양도세가 150만이 아니라 수천만 원대로 바뀝니다. 같은 집, 같은 가격인데 세금이 수십 배 달라지는 구간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실현 가능성이 마지막입니다. 이 모든 계산은 15억에 실제로 팔렸을 때 얘기입니다. 호가는 15억인데 그 가격에 사줄 사람이 없으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겁니다. 그리고 팔고 나서 같은 동네에 계속 살 거라면, 옆 단지도 같이 올랐으니 갈아타는 순간 차익은 체감상 사라집니다. 오른 집을 팔아 오른 집을 사는 것은 수익 실현이 아니라 포지션 이동입니다.

그런데 이 수익은 누가 만들었나

여기까지는 개인의 가계부 얘기였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면 더 불편한 질문이 남습니다. 그 8,000만 원이든 2억이든, 그 돈은 어디서 왔을까요.

집주인이 집을 좋게 만들어서 오른 게 아닙니다. 10년 동안 도배 두 번 한 게 전부입니다. 오른 건 위치의 값입니다. 지하철이 연장되고, GTX 노선이 확정되고, 근처에 일자리가 모이고, 학군이 유지되고. 전부 세금과 공공 투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만든 가치입니다. 그 가치가 지가에 흡수되고, 흡수된 만큼을 그 시점에 그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사람이 가져갑니다.

인프라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정산 구조입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쪽과 업그레이드 수익을 가져가는 쪽이 다릅니다. 네트워크를 증설했더니 그 구간에 먼저 자리 잡은 테넌트의 자산 가치가 오르는 구조. 서울과 수도권 특정 지역만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인프라와 일자리가 거기에만 쌓이니까, 지가도 거기서만 오릅니다. 집값 양극화는 시장의 변덕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 배치의 지도를 그대로 따라간 결과에 가깝습니다.

같은 출발점, 다른 도착점

2016년에 같은 회사에 입사한 동기 두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연봉도 같고, 모아둔 돈도 비슷했습니다. 한 사람은 무리해서 마포에 작은 아파트를 샀고, 한 사람은 전세로 살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의 자산 차이는 수억 원입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요.

그 갈림은 실력이었을까요. 주식이라면 그렇게 말할 여지라도 있습니다. 주식은 소액으로 시작해서, 틀리면 조정하고, 분산하고, 수십 번의 판단이 누적되어 결과가 됩니다. 과정이 실력을 닮아갈 기회가 있습니다. 집은 다릅니다. 인생에 몇 번 없는 초대형 레버리지 결정이 한 번에 일어나고, 되돌리기 어렵고, 그 시점의 금리와 정책과 분위기가 결과의 대부분을 정합니다. 잘한 선택과 운 좋은 선택의 경계가 주식보다 훨씬 흐립니다.

더 곤란한 건, 이 게임은 참여가 선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식은 안 사면 그만이지만 주거는 필수재입니다. 사지 않으면 전월세로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전월세 가격은 집값을 따라 움직입니다. 빠질 수 없는 게임에서 한 번의 타이밍이 자산 궤도를 갈라놓는 구조. 지금 젊은 세대가 힘든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입장료는 이미 앞 세대의 상승분만큼 올라 있고, DSR 규제로 대출 한도는 소득에 묶여 있고, 그래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은행 이자로 보내는 선택지와 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지 사이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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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10억이 15억 된 집의 실제 성적표는, 흔한 조건에서 대략 이렇습니다. 명목 차익은 5억, 비용을 다 빼면 약 2억, 기회비용까지 빼면 약 8,000만 원이고, 물가를 반영하면 체감은 그보다 더 아래입니다.

그러니 "5억 벌었다"는 말은 서버 도입가만 보고 "이 시스템 싸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청구서의 첫 줄만 읽은 겁니다.

그리고 그 남은 수익조차 대부분 개인이 만든 가치가 아니라 위치에 흡수된 공공의 가치입니다. 집값 얘기가 늘 불편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서. 열심히 산 것과 자산이 늘어난 것 사이의 연결이, 이 시장에서는 유난히 약합니다.

이 글은 특정 시점의 세율과 단순화한 가정으로 계산했고, 개인 상황에 따라 숫자는 달라집니다.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아니라 계산의 틀로 봐주시면 됩니다.

저도 이 계산을 집 사기 전에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나서 해봤습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해보고 나서야, 이게 개인의 계산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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